‘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중독적인 소절이 계속 귀에 맴돕니다. 연일 뉴스에서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다고 보도를 하고, 유튜브 알고리즘도 그것을 저에게 계속 알려 옵니다. 이틀만에 1억뷰에 근접했다는 소식은 그 파급력, 영향력을 새삼 더 느끼게 해 줍니다. 아직 못 들어 보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한 번 듣고 오시죠. 로제와 브르노 마스의 ‘아파트(APT)’ 정식 뮤직비디오입니다.
이틀만에 1억뷰 가까이 기록하더니 9일만에 이제 2억에 근접하고 있는 무서운 상승세! 하지만 오히려 브르노 마스가 더 즐거워 보이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win win이 되는 상황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이 상황을 보시면 가장 좋아하실 김구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문화의 힘”. 우리는 그것을 현 시대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오늘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브르노 마스와 로제, 한국적인 문화의 세계 문화화, 백범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문화의 힘’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끝으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도 다뤄보겠습니다.
브르노 마스! 그리고 로제!
그래미상 15번이나 수상한 대가수 브르노 마스와의 협업은 로제 본인 스스로도 놀라운 일, 미친 일이라고 표현할 만큼 예상치 못한 일이었나 봅니다. 브르노 마스는 15번의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뮤지션으로 2000년대에 그래미 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인물입니다. 엘비스프레슬리 이후 최단 기간 빌보드 1위를 거머쥐었던 브르노 마스. 그런 브르노 마스와 로제의 콜라보라니! 게다가 브르노 마스와 콜라보를 한 또 다른 미국의 대가수 레이디가가의 노래 ‘Pie With A Smile’가 순위 2위, 브르노 마스와 로제의 ‘APT’가 1위라니! 놀라움의 놀라움의 놀라움 연속입니다. 아파트의 신드롬은 어디까지 일까요?
아파트(APT) 뮤직 비디오를 보면 브르노 마스가 태극기를 양 손에 들고 흔드는 모습도 보입니다. ‘건배’라는 가사를 직접 부르기도 하고, 자신의 SNS에는 한글로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브르노마스가 친숙하지 않은 미국의 MZ세대들이 오히려 브르노 마스의 옛 곡들을 검색하여 듣게 되면서 차트 역주행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브르노 마스 본인도 아마 몰랐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물론 로제라는 보석의 원석을 발견하고 함께 다듬어 낸 것은 브르노 마스의 탁월한 능력과 안목인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적인 문화가 세계적인 문화가 되는 시대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함께 유행했던 것이 작품 안에 나오는 놀이 문화였습니다. ‘달고나 모양대로 잘라내기’ 라든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가 외국인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난 경험이었나 봅니다. 이번 로제의 ‘아파트’ 역시 우리 나라의 술게임, 술자리 놀이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아, 이제 우리의 놀이 문화가 들어간 노래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인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생활 속에 녹아 들어있는 그 어떤 것입니다. 그 어떤 것이 놀이일 수도 있고, 음식일 수도 있고, 패션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이고 보편적일 것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것입니다. 로제의 ‘김치볶음밥과 소맥 제조 영상’은 ‘아파트’를 더 흥미롭게, 재미있게, 매력 있게 만들었습니다. 강력한 문화의 힘. 단 하나의 문화가 아닌 융합 문화의 힘. 저는 그 힘의 끝없는 매력과 강력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김구 선생님은 일찍이 그 점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브로노 마스가 ‘아파트’ 노래 중간에, “건배, 건배, 건배!”라는 가사로 랩을 합니다. 저는 처음에 듣고 “come back, come back, come back”인 줄 알았으나 “건배”였습니다, 이 단순한 “건배”라는 가사조차 문화가 되어 세계의 젊은이들이 ‘건배 놀이’를 하고 있다니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하! 그러데 조금 원래 쓰임과 다르게 잔을 부딪힐 때 딱 1번 내는 소리로써의 ‘건배’가 아니라 ‘건배, 건배, 건배’를 술자리 내내 외치는 조금 웃긴 상황을 연출하고 있던데, 뭐 그것도 또 다른 문화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파트’를 처음 듣는 외국인들은 ‘아파트가 뭐야? 도대체 무슨 뜻이야?’하고 구글 검색을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뜻이 안 나오자 답답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한글 자판을 핸드폰으로 치려면, 한글 자판 어플리케이션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글 자판 설치 인원이 약 100만 명 증가했다고 하니, 세종대왕님도 감동하여 울고, 김구 선생님도 감동하여 울고 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컨추리 음악만 듣던 미국 아저씨가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흥얼거리는 모습은 문화의 힘이 도대체 어디까지인 것인지 고개를 내젓게 합니다. 이건 마치 우리나라 시골에 계신 우리 할머니가 마론파이브나 레이다가가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백범 김구 그리고 “문화의 힘”
김구 선생님께서 쓰신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는 아래의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1947년에 쓰신 글이라는 게 정말로 놀라운 따름입니다. 현 시대 한국 문화의 힘을 목도하신다면 그 얼마나 기뻐하실지 떠올려 봅니다. 대한 사람 아무나 얼쑤 안고 춤이라도 추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1947) 중에서
부유함과 강함은 내 나라가 풍족하게 살며 스스로를 지킬만하면 족하니 오직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나아가 문화의 힘이 부유함과 풍족함을 가져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국뽕이 차오르는 분위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냥 이 분위기에 취해 있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포용심을 가져야 하며, 우리 K 저작물들을 소비할 때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소비하는 저작권에 대한 의무도 더 철저히 지켜가야 합니다. 그리고 뉴진스 사태를 비롯한 여러 기획사들과 아티스트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옳지 못한 쪽이 그 옳지 못함을 계속 행하는 세상이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문화의 힘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서 강력하지만, 그 추상적인 광범위성과 실체 없음으로 인해 그것을 보호하고 지키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의식이 깨어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지키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문화와 산업이 세계에서 계속 신드롬을 일으켜 가기를 바라면서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