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부딪히거나 꺽이거나 한 적도 없고 운동을 한 적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깨가 좀 뻣뻣하니 불편하기 시작했습니다. 등을 긁을 때 분명 어느 지점까지 닿아서 긁을 수 있었던 지점인데 팔이 뻣뻣해지니 긁을 수가 없었죠. 나이가 드니(저는 40대 중반입니다) 유연성이 떨어져서 그렇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점점 그 어깨가 아파 오더니 만세 자세로 오른쪽 팔을 들어 올리면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만세 자세로 팔을 들 일이 많이 없으니 병원 몇 번 다니다가 그냥 방치하고 살았습니다. 게다가 병원에서 놔준 주사 한 번 맞고 나면 3-4 개월은 정말 씻은 듯 안 아프더군요. 그래서 더 방치하고 산 것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일이 지나고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는 앞으로 나란히 하는 것조차 아픕니다. 아니, 점점 심해진 지금은 앞으로 나란히가 아니라 45도 정도 드는 것도 힘겨운 지경, 물잔 하나 드는 동작도 아픈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형외과에 가서 약도 처방 받아 먹어보고, 체외충격파 치료도 받아보고, 한의원가서 약침, 봉침도 맞아보고, 한약도 지어 보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
아프기 시작하니 정형외과, 약물 부작용
만세로 팔을 드는 동작의 고통이 “이거 안 되겠다.” 싶을 정도가 되면서 병원을 몇 번 가보기는 했습니다. 엑스레이도 찍고 초음파도 검사도 진행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냥 근육과 힘줄 사이의 작은 긁힘 정도로 보인다고 하면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소염효소제 정도를 처방해 주더군요. 먹었지만 뭐 그다지 효험은 없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 때 저한테 약물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세글로페낙 부작용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미칠 듯이 가렵고 호흡도 가빠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이세글로페낙에 알러지가 있음을 늘 기억하고 다니며 병원 갈 일 있으면 꼭 미리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알러지 반응 약물은 반드시 기억 혹은 저장해 놓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는 병원마다 미리 이야기 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정형외과 & 체외충격파
더 심해진 통증으로 저는 정형외과를 다시 찾았고, 아세글로페낙 부작용도 미리 공지했습니다. 그래서 약 처방 대신 주사를 주더군요. 처방해 줄 수 있는, 먹는 약이 없다면서 말입니다. 그 주사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때부터 포인트는 체외 충격파가 되겠습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다시 했고, 상세불명의 윤활막염 및 힘줄 윤활막염, 어깨부분(질병코드 M65.91)과 어깨 관절의 염좌 및 긴장(질병코드 S43.4)로 진단 받았고, 석회성건염 혹은 회전근개파열은 아니라는 소견이었습니다. 아무튼 의사는 체외 충격파 치료를 권유했고 6회 정도 받았습니다. 한 번 할 때마다 8 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실비 보험 믿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참 기분 나쁘게 아픈 치료라는 것입니다. 학교 다닐 때 자를 세워서 손등 때리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런 손등, 손가락 뼈 때리는 느낌이랄까. 딱딱한 것이 뼈를 딱딱딱딱 엄청 빠른 속도로 때리는 느낌. 근육에 닿을 때는 그나마 견딜만한데, 어깨 뼈에 닿을 때는 정말 아팠습니다. 그래도 참고 6회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통증은 그대로였고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차도가 없으니 의사는 더 큰 대형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알았다하고 수납하러 갔더니 1회에 40 만원이라는 헉 하는 금액을 듣고 그냥 그날 진료비만 내고 나와버렸습니다. 10회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그러면 400 만원 돈인데, 그건 너무 과했습니다. 실비 보험도 한도가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날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할 때 너무 아프기도 하고. 효과도 없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체외충격파로 큰 차도를 본 사람들도 많다는 걸 보니 말입니다.
이런 한의원은 피하자 & 약침, 봉침
그 이후로 한의원에 갔습니다. 한의원도 잘 골라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저의 경험으로 한 가지 얻은 팁은 원장이 여러 명 있는 한의원은 거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명의 원장에게 계속 진료를 받다가 그 원장이 퇴사해서 담당 한의사가 교체 되기도 하고, 비번인 날에는 다른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게 다소 좀 불편했습니다. 불편하다는 표현 보다는 믿음이 안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차트 공유가 안 되는 것인지 어디가 아픈지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자꾸 발생하니 3주 정도 다니다가 그만 가게 되더군요.
요즘 한의원들도 그냥 침이 아닌 비급여 항목의 약침, 봉침, 매선침 등 다양한 시술이 존재합니다. 약침과 봉침은 다 작은 주사기 안에 약이나 봉독(벌의 독)을 넣어서 통증 부위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침이라기 보다는 아주 미세한 주사기에 가깝습니다. 대신 그냥 주사와는 다른 게 한의학적인 혈자리 같은 곳에 놓겠죠. 저는 잘 모르지만 말입니다.
약침 비용은 한의원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1 회에 2 만원 내외인 것 같습니다. 봉침은 봉독의 농도에 따라 3 만원~5 만원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침은 그냥 참을만 한 고통인데, wow! 봉침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찌르는 주사침이 아픈 게 아니라, 봉독이 투여된 후에 밀려오는 그 뻐근함은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이었습니다. 저도 어깨가 아프기 전에 팔꿈치에는 봉침을 몇 번 맞아 본 적이 있습니다. 어깨는 처음이었는데 진짜 진짜 뻐근한 고통이, 맞고 난 직후부터 1분 정도는 엄청 심합니다. 1분 지나면 견딜만한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한 10분 정도는 계속 남아 있습니다. 원래 허리나 팔꿈치 같은 데는 별로 안 아픈데, 봉침이 특히 어깨에는 많이 아프다고 선생님이 그랬습니다. 그래도 계속 어깨 통증을 가지고 살 바에는 참아보자 하는 굳은 의지로 버텼습니다. 맞고 난 후 2시간이 지나도 뻐근함이 남아 있는데 마치 코로나 예방 주사 맞고 난 후의 뻐근함과 비슷한데, 강도는 음……. 3배 정도 됩니다.
봉침 치료 후 유의사항
봉침 치료 받고 난 후, 유의 사항을 안내 받았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치료 부위가 붓고 아프고 열감이 느껴질 수 있으니 온 찜질을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 반나절 정도는 물이 닿으면 안 되고 가려울 수 있습니다. 절대 긁지 마시고, 너무 가려우면 냉찜질을 해 주십시오
- 발열, 오한 같은 몸살이 올 수 있으니 몸을 따뜻하게 하고 휴식을 취하십시오
- 심하면 타이레놀을 복용해도 됩니다
- 봉침 치료 받은 후 48시간이 지나면 조금 부어 있더라도 치료가 가능하니, 주 2회 정도는 치료를 지속하고 정 안 되면 주 1회라도 치료를 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요즘 한약 값 & 제천 인성당 한약방
2024년 3월 기준으로 건강 정보 및 가격 사이트에서 집계된 한약 값은 최대 60 만원 정도였고 평균도 265,000 원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제가 침 맞으러 가 본 한의원들의 한약 값도 대부분 25 만원에서 30 만원 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약은 1세대 실손 보험이 아니면 실비 보상도 되지 않으니 참 접근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저도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니 최대한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한약방이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충북 제천에 있는 인성당 한약방이라는 곳입니다. 아래 사진 있습니다.
주차는 가서 적당한 데, 황색 실선 없는데, 이면 도로나 골목에 알아서 잘 하시면 됩니다. 저도 몇몇 블로그 글을 읽어 보고 가서 미리 돈을 뽑아 갔습니다. 계좌 이체나 카드는 안 되고,현금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근처에 우체국도 있고 농협도 있으니 거기 가서 뽑으셔도 됩니다. 약값은 저 같은 경우 15 만원이었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이 한참 진맥을 하고 이것저것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약은 택배로 보내 준다고 하셔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끝나고 나오면 커피나 칡차가 있으니 한 잔 하시고 나오면 됩니다. 전국에서 약을 지으러 오는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효과가 좀 있으면 좋겠습니다.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차도가 있었고 그래서 요즘은 어깨 강화 운동을 이렇게 한다.”와 같은 글을 남길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빕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한의원 침 치료와 한약 복용을 병행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