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덥석 사면? 체어맨W 연비, 옵션, 고질병

쌍용 자동차(KG 모빌리티)의 체어맨W cw700! 제가 주머니 사정이 많이 좋지 않고 사업 상황도 악화 되어 정말 급한 마음에 중고로 데려온 차였습니다. 2008년 6월 최초 등록이었고 주행 거리가 21만 km 였죠. 그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딜러로부터 가져온 차량이라 크게 눈탱이 맞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당시 플래그십 차량 답게 이게 15년 전 차량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슈퍼 옵션에 살짝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내비게이션, 핸들 열선, 운전석에서 조절 가능한 전 좌석 열선, 통풍시트 제어, 열선 핸들, 2열 및 리어 자동 커튼, 핸들 높이 좌우 조절까지 전동식, 심지어는 브레이크와 악셀 높낮이도 전동식 버튼으로 조절 가능, 1열 2열 전 좌석 전동 시트, 조수석 워크인 전동시트 조절 버튼, 2열 등받이 리클라이닝, 냉장고, 2열 모니터, 2열 데스크, 전동식 트렁크, HID 헤드 라이트, 그리고 전자식 에어 쇼바까지. 와, 이게 뭐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3600cc 엔진을 탑재한, 에어 쇼바까지 달려있는 힘 있고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 벤츠 미션까지. 이런 차를 250만원 주고 사오다니 하고 스스로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후에 닥칠 연비 압박과 고장 수리, 부품 수급 문제 등등을 예상치 못하고.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 cw700모델의 정면, 측면, 실내 사진입니다

어디 기름이 새나? 연비가 왜 이래?

물론 시내 주행이 거의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할 정도로 기름이 자꾸 사라집니다. 주차 시켜 놓은 다음에 차 밑으로 엎드려서 어디 기름을 새는 지 확인한 적도 있었습니다. 리터 당 4~5km는 나오려나 모르겠습니다. 가격 싸다고 데려 왔다가 기름 값으로 다 탕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기름 값 감당할 수 있는 분만 구매를 추천 드립니다. 물론 밟고 다니면 기분은 좋습니다. 허허허! LPG(블루나인 같은 좀 이름 있는 업체로) 겸용으로 개조 해 놓은 차량은 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옵션이 많을수록 고장 날 게 많다

일단 후방 리어 커튼은 딱 1번 되더니 그 다음부터는 작동을 안 했습니다. 다행히 올라와서 안 내려가는 게 아니라, 내려가서 안 올라오는 거라 그냥 놔두고 탔습니다. 부품이 일단 새 제품이 없습니다. 중고 부품을 구해서 수리해야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행에 지장이 없으니 그냥 타고 다녔습니다. 내비게이션도 업데이트가 중단되었지만 후방 카메라 잘 나오고 내비야 핸드폰을 보면 되니까 그냥 탔습니다.

문제는 중고로 데려온 날로부터 5일 정도 뒤에 에어 쇼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차량의 뒷부분이 가라 앉아서 올라 오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이 녀석이 주차하고 시동을 끄면 차의 쇼바가 촤악~~~ 하고 내려옵니다. 그리고 시동을 걸면 다시 슈욱~~~ 올라옵니다. 그런데 올라 오질 않으니 뒤편이 잔뜩 주저 앉은 채로 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체어맨w 자동차의 뒷측면 모습으로, 뒷쇼바가 주저 앉은 모습입니다.

체어맨W가 전방, 후방 EAS 쇼바 및 관련 부품들이 가격이 어마어마합니다. 앞뒤 다 갈면 200 만원은 깨질 겁니다. 그것도 신품도 아닌 제제조품이거나 중고로 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다행히 저는 벨브 블럭의 문제라서 20만원 안짝으로 수리가 되었고 딜러분이 돈도 부쳐 주셨습니다. 저 에어 쇼바가 승차감에는 참 좋은데, 고장 나면 완전 난리 납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카센타 같은 데 가서 리프트 올릴 때 EAS LOCK 버튼을 누른 다음에 올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에어 쇼바 터지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신경 쓸 게 많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냥 스프링으로 된 쇼바가 좋습니다. 승차감은 좀 포기하더라도 말입니다.

부품 구하기가 어려워

계기판에 에어백 경고등이 들어오더군요. 핸들 클럭스프링을 교환해야 하는데, 역시 이 부품도 신품은 없고 전국에 한 두 개 중고로 있을까 말까 했습니다. 택배로도 못 받고 있는 곳으로 가야 달아준다는 곳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경상남도였습니다. cw700 모델에 맞게 개조해서 달아주는 곳이었는데 참 밟아도 밟아도 끝없는 경상남도. 우리나라 땅 누가 좁다고 했습니까. 수리비로 15만원 정도 줬던 것 같은데, 기름 값이 더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일주일 뒤에는 도어캐치가 고장 났습니다. 도어 캐치는 역시 번개 장터나 당근 마켓 같은 데, 폐차장 업자들이 물건 올리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지 같은 것을 겨우 하나 10만원에 구했습니다. 도어캐치를 바꾸며… 이제 고장 나면 이 차 팔아버리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오너들은 고장은 안 났지만 특정 부품이 상품으로 올라오면 미리 사 놓는 사람들도 꽤 있나 봅니다.

비싼 정비 비용, 그리고 반기지 않는 카센타

흔치 않은 차량이라 일단 카센타에서 반기지 않습니다. 원래부터도 현기차 외의 다른 제조사 차량을 꺼리는데, 더욱이 오래된 쌍용 체어맨이라면 그게 더 합니다. 못한다고 처음부터 못 박는 곳도 많습니다. 서울 중랑구인가에 성지가 하나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미션이 벤츠에서 만든 거라서 미션 오일도 벤츠용을 써야 해서 굉장히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래저래 참 고생을 많이 시키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래도 사야 겠다면 고질병을 알아두자

우선 에어 쇼바를 교체해 놓은 차를 골라야 합니다. 에어 쇼바 수리하려면 최소 200 만원부터 시작입니다. 그리고 하체 털이를 한 번 해 놓은 차면 더더욱 좋습니다. 제가 가져온 녀석도 하체 부품은 싹 다 갈아서 잡소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녀석이 부품 값이 많이 비싼 차라서 비싼 부품들을 갈아 놓은 차로 가져 오는 게 좋습니다. 겉 벨트 세트도 그렇고요. 아, 그리고 타이어 크기가 245/45R/19 입니다. 타이어가 매우 커서 타이어 값도 무시 못 합니다. 타이어 상태도 잘 보고 사셔야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어맨W의 휠인데요. 휠이 크롬 도금이라 연식이 오래된 차들은 엄청 보기 싫게 벗겨집니다.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저는 그냥 탔지만 참 보기 싫더군요. 정 구매를 하셔야 겠다면 이러한 점들을 잘 고려하고 구매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만 km 가 넘은 차량은 중고차 성능 보험이 안 되니 이 점도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자동차 타이어와 휠 사진입니다. 휠의 도금이 벗겨진 상태입니다.

그 밖에도 엔진룸을 열 때 본넷 고리가 부러진 차가 많습니다. 억지로 손가락 넣어서 열면 되기는 하는데 참 불편합니다. 그리고 엔진룸을 열어 보면 엔진 커버 등의 각종 커버들이 클립이 부러져서 헐거운 차가 많습니다. 또한 50 km 정도 속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보면 차가 덜덜덜덜 떠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브레이크 디스크 열 변형이 와서 그런 겁니다. 그런데 이 열 변형이 다른 차에 비해 자주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인데, 배터리가 한 번 나가기 시작하면 계속 나가는 차가 많다고 합니다. 전류가 새는 걸 잡는 작업은 굉장히 고달프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심하면 발전기를 갈아야 될 수도 있는데, 전류가 샌다면 갈아도 소용 없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