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시동 잠금 장치에 법안 발의는 2009년부터 계속 되어왔지만 계속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노력 끝에 드디어 도로 교통법이 개정 되었고, 2024년 10월 25일부터 시행된다고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시행 날짜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대상자는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은 아니고, 최근 5년 이내에 음주 운전 2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 운전자입니다. 경찰청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음주 운전 재범률은 40%가 넘습니다. 근래 6년 간 평균을 내보면 45%나 됩니다. 재범을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이 시동 잠금 장치법 시행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오늘은 음주 운전 재범률과 시동 잠금 장치(음주 운전 방지 장치)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비용적 측면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뤄 보겠습니다.
음주 운전 재범률
다른 범죄도 재범이 있겠지만 음주 운전은 재범률이 굉장히 높은 범죄입니다. 아래의 연도별 재범률을 살펴 보면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저렇게나 많이들 운전대를 잡습니다. “대리가 안 와서, 나도 모르게 그만, 깨 보니 운전석이었다.” 등등 참 많은 변명들이 있고요.
- 2018년 51.2%
- 2019년 43.7%
- 2020년 45.4%
- 2021년 44.5%
- 2022년 42.2%
- 2023년 45.0%
6년간의 음주 운전 재범률을 평균 내보면 45.3%나 됩니다. 걸려 놓고 또 한다는 게, 참… 저로서는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인데, 정말 습관인가 봅니다. 저는 면허 취소 되었다가 기소 유예 된 후, 예열 시동도 안 걸어 놓습니다. 식겁을 한 덕분에.
음주운전 시동 잠금 장치란 무엇인가?
운전석에 앉았을 때 시동 버튼 근처에 생소한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유선 전화선처럼 꼬불꼬불 꼬여있을 수도 있고 릴 타입으로 감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당겨서 입에 뭅니다. 입에 무는 부분은 약간 전자 담배 차이코스랑 비슷하게 생긴 장치(혹은 입에 무는 부분 빼고는 보조 배터리처럼 생긴 납작한 네모 모양의 장치)인데, 그것을 문 상태에서 입김을 일정 압력 이상으로 불어 넣어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상, 음주 상태인 것이 감지 되었다면 자동차의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는 장치입니다.
역사적으로 알아보면, 미국이 1986년에 최초로 시동 잠금 장치를 포함한 ‘운전자 안전법’을 제정했습니다. 그 결과 음주 운전 대폭 감소라는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고 이에 2019년부터는 음주 운전 초범에게도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999년에 시범 사업 형태로 지원자에 한해 시행되었다가 2012년에는 아예 법률이 제정되어 음주 운전으로 면허를 정지, 취소 당한 자는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했습니다. 현재 호주나 캐나다, 그리고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미 시동 잠금 장치를 시행 중이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의 수치를 보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데요, 2006년부터 13년간 음주 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약 19% 줄었고 같은 시기 300만건 이상의 음주 운전 시도가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미국 메릴랜드주는 64%, 일리노이주는 81%나 음주 운전 감소 효과가 있었습니다.
개정된 도로 교통법
개정된 도로 교통법은 제80조의 2항인데,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자가 5년 이내에 또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음주 운전 방지 장치(시동 잠금 장치)가 부착된 차량만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청장으로부터 특별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 받는데, 그 조건이 바로 시동 잠금 장치 장착 차량이지요.
신설된 제80조의 2항은 다음과 같다
제80조의 2(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
① 제44조1항 또는 제2항을 위한(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경우로 한정한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한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같다) 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여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자동차등을 운전하려는 경우에는 시,도경찰청장으로부터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이하 “조건부 운전면허”라 한다. 이하 같다)를 받아야 한다.
②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제82조 제2항 제 1호 내지 제9호에 따라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대상에게 적용되는 운전 면허 결격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부착하며, 운전면허 결격기간이 종료된 다음 날부터 부착 기간을 산정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조건부 운전면허의 범위, 발급, 종류 등 필요한 사항은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결격 기간과 똑같은 기간 동안 달고 다녀야 합니다. 즉 면허가 취소외더 2년 결격 기간 받은 사람은 2년 뒤에 면허 시험 다시 봐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지만, 방지 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운전대만 잡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나라의 기술력, 음주운전 방지장치에
혹자는 말합니다. “술 마신 사람 말고 술 안 마신 사람이 대신 부는 것만 불어주고 시동 걸면 어떻게 하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나쁜 짓입니다. 그래서 법령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신설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3의 내용입니다.
제148조의 3(벌칙) ③제50조의 3 제5항을 위반하여 음주 운전 방지 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음주 운전 방지 장치가 설치된 자동차 등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해당 장치에 호흡을 불어넣거나 다른 방법으로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설치된 자동차 등에 시동을 걸어 운전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법령이 있어도 또 하는 사람은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의 대한민국! 국내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운전자 바꿔 치기 등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의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신기할 따름이고 반가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외국의 장치와는 다른 점도 있습니다. 단순히 알코올 농도 측정 결과로 시동을 걸지 말지를 결정하는 외국의 것과는 다르게 국내 장치는 운전자의 주행 패턴도 파악할 수 있어서 “이 사람이 술 먹고 운전을 좀 이상하게 하는데?”를 인식하고 계속 감지한다는 것입니다. 음주 재범 방지에 혁혁한 공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많이 비싸겠지요?
비용의 문제
현재 생산 중인 방지 장치 약 200~300 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기기 가격만 그런 것이고 장착, 부착, 보수, 관리 비용 등을 더하면 더 높아질 것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음주 운전 처벌을 받은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이기는 하나,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인프라 구축에는 국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난한 자는 방지 장치를 설치할 돈이 없어서 운전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생계형 운전자들이면서 저소득층일 경우 문제가 큽니다.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어떤 자는 돈이 많아서 설치해서 운전하고 다니고, 어떤 자는 그 반대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설치에 대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에게도 국가 예산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세금은 한 곳에 모인 뒤, 여러 곳으로 예산이 편성됩니다. 음주 운전자가 낸 벌금의 일정 부분을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쪽으로 쓰일 수 있게 한다면 좋겠습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음주 운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막아 서야 하는 대상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