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드라마 작법5] 영상 무기와 Charles Bracket의 10훈, 언어적 기호 그리고 인물표 만들기, 본문 쓰기

드라마는 영상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도와 촬영 등은 촬영장의 감독 및 스텝들의 몫이지만 작가로서 적극 활용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N.Y. 출신의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Charles Bracket는 영화, 드라마에 관한 10훈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그 10훈을 포스팅 해 보겠습니다. 또한 언어적 기호의 특성과 등장 인물을 설정할 때 첫 시작이 되는 인물표 작성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며, 본문 쓰기의 간단한 예시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영상 무기를 가진 드라마

몽타주 기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몽타주 기법으로 하나의 풀 샷에서 또 다른 풀샷으로 넘어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풀샷이 아닌 바스트샷일 경우도 생각해 봅시다. 바스트샷은 어떤 느낌을 선사할까요? 신선하다? 혹은 어지럽다?

아래 그림을 한 번 살펴 볼까요? 오른쪽 상단에 사형수가 위치하고 있고 그 아래 쪽으로는 하늘색으로 표시된 빈 공간이 있습니다. 이런 구도에서 시청자들은 빈 공간에서 빈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사나 자막 하나 없이 시청자에게 이런 반응을 선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시내 도로에 차 없는 날로 지정된 날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거기서 길 한 가운데로 걷는 자가 있고 길 가로 걷는 자가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각자의 성격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몽타주를 구도로 표현할 때 카메라가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것은 존엄스럽게 보이는 암각이고,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인물을 하찮게 보는 부감이 됩니다. 물론 몽타주를 의미론으로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몫입니다.

A씬과 B씬을 비교해서 C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을 이야기 해 봅시다. A씬에서 로마 귀족의 호화스러운 목욕탕을 보여주고, B씬에서는 농민 가족의, 음식이라고는 삶은 감자 몇 개 밖에 없는 초라한 식탁을 보여줍시다. 이는 C라는 새로운 의미, 즉 로마의 부패, 로마의 전복을 보여주게 됩니다.

TV극은 언어적 기호

TV극은 언어적 기호입니다. 따라서 말로 해야 합니다. 문장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들었을 때 바로바로 알아야 합니다. TV 드라마 속 언어는 일상적이고 생활적이어야 합니다. 이와 달리 소설은 문장 기호를 사용하지요. 휙휙 지나가는 장면들을 반추 하게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감각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 여행이면, 수학 여행 안내판 앞에 서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인 작가들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어렵고 난해 하게 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인물표 만들어 보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나이와 직업 – 조역 – 단역 – 엑스트라” 순으로 인물표를 내려 씁니다. 성격 등의 더 이상의 설정은 삼가합니다. 예를 들어 청렴결백 등을 설정해 버리면 작가가 스스로 거기 빠질 수 있습니다. 나이와 직업 정도만 써 주는 게 좋습니다. 성격 등은 내용과 서사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주인공은 앞, 뒤, 좌우 특정면(특정 측면)을 가리지 않고 다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인간적인 약점까지 다 보여줘야 합니다.

조연은 반구형 인물이고 단역은 어는 순간에 꼭 필요한 인물입니다. 살인 사건 현장의 경찰과 같은 인물이 단역이겠지요. 생선 장수나 삐에로는 안 어울리겠지요? 단역과 엑스트라의 차이는 대사의 유무 차이입니다.

본문 써 보기

본문의 구성은 대사, 지문, 해설, 자막이 있습니다. 아래 예에서는 (지문)이라고 표시는 했지만 실제로는 표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본문을 한 번 써 봅시다.

#1. 어두운 밤, 으스스한 폐공장

(지문) 폐공장 한 가운데 각목 등의 폐자재를 태우는 드럼통에 불이 번쩍이고 있다. 그것을 사이에 둔 태수와 철호는 서로를 바라 보고 서 있다. 태수는 드럼통으로 각목 하나를 던져 넣는다. 각목에 서서히 불이 붙는다.

태수 : 이대로 넘어 가자는 거야?
철호 : (웃으며) 뭐 어쩌겠냐,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태수 : (담배를 꺼내려다 멈추고) 아, 진짜 이건 아니지 않냐?
철호 : (라이타를 꺼내 태수의 담배에 불을 붙여 준다) 그러게 말이다. 젠장…

(지문) 태수와 철호 뒷편에 있는 커다란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번쩍이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 온다. 태수와 철호 90도로 인사한다. 태수가 뒷문을 열어주자 번쩍이는 검은 구두 하나가 지상에 발을 내딛는다.

태수, 철호 : 오셨습니까, 아부지!

#2. 오전 시간, 분주한 병원, 병동의 간호사 스테이션 앞

(지문) 의사들 6명이 회진 준비를 하며 간호사실 앞에 모여 있다. 철호는 뒤에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듯 기웃거린다. 의사가 태블릿으로 환자 차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철호도 뒤에서 같이 갸웃거린다. 그러다가 의사가 뒤를 돌아 철호를 바라본다. 철호는 웃으며 한번 더 갸웃거린다. 간호사들은 뒤에서 키득키득 웃고 있다.

철호 : (머리를 긁으며) 죄송한데, 회진을 좀 먼저 좀 받으면 안 되나요?
철호에 대한 성격 설명은 한 글자도 없지만, 태수가 담배를 꺼내려하자 라이타를 꺼내주는 모습에서 둘 사이의 친분 관계 혹은 철호의 성격 등을 시청자들이 은연 중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시키는대로 이대로 넘어가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이 돋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형님!”이라고 할 줄 알았던 상황에서 “아버지!”라고 불리는 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지도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리고 병원에서의 철호의 행동은 시청자들이 철호의 성격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장소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써서는 안됩니다. 확연하게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화면 설정 또한 구체적이고 확연하게 써야 합니다. 제목은 본문 페이지에 들어가지 않게 하고, 표지에 제목과 작가명과 연락처를 입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