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드라마 작법 7] 서스펜스(Suspense)과 관객의 바람

갈등은 서스펜스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갈등과 투쟁은 승패와 연관되어 있고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시청자들은 걱정합니다. 그 걱정과 불안한 생각과 조마조마한 마음이 바로 서스펜스(Suspense)입니다. 희극의 경우는 주인공이 무엇인가 바보 짓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폭소를 예감하게 하는 것,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조마조마하게 기대하는 것이 바로 서스펜스입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극적 국면의 묘사 방법과 배경이 되는 상황에 대한 “족쇄”에 의해 서스펜스를 끌어 올려야 합니다. 관객은 어떠한 바람을 가지고 드라마를 지켜봅니다. 즉, 주인공이 나쁜 사람(족쇄, 상황까지도 포함) 때문에 애를 먹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또 강자와 약자가 있다면 강자에 의해 약자가 비참한 상황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통상입니다. 이와 같이 드라마에서 관객이 편을 드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물이 어떤 “투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이 관객입니다. 그러한 관객을 위해 작가는 서스펜스를 상승 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스펜션(Suspense)의 하강과 상승

인물이 “투쟁”에서 승리 하기를 바라는 관객의 바람과는 역방향으로 극적 국면이 전개될 때, 관객은 틀림 없이 서스펜스를 느끼게 됩니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면서 불안해 하고 또 초조해 합니다. 그러 때 작가는 관객이 드라마 속의 어느 인물 편을 들고 있는지, 또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 해야 할 것은 관객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면 서스펜스는 하강하고, 또 반대로 그 바람대로 되지 않도록 “족쇄”를 강하게 하면, 서스펜스는 상승하게 됩니다. 관객이 약한 자를 응원하게 되면, 그 약한 자를 불운에 빠뜨리고, 관객이 불쌍한 사람을 동정하게 되면 그 불쌍한 사람을 더 불행에 빠뜨리는 것이 훌륭한 작가입니다. 작가는 서스펜스를 위해서 라면 심술 궂어야 합니다. 단, 관객들이 서스펜스를 상승 시키기 위한 이 기법을 눈치채서는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작가의 기법을 알아 차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서스펜스(Suspense)의 작품 예시

서스펜스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로 자크 콤퍼너스, 빅토르 알렉산드로프 원작의 작품 <저주 받은 사람들>을 들어 보겠습니다. 감독은 르네 크레망이며. 각색은 르네 크레망과 작크레미가 맡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금지된 장난>, <태양은 가득히>와 더불어 걸작이라고 평가됩니다. 특히 극적 국면을 가진, 서스펜스 고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저주 받은 사람들>의 스토리와 서스펜스

1945년 4월 18일 독일 점령하에서 해방된 프랑스 브로드 지방의 해안가 지역인 로와이앙 거리에, 피난 갔던 젊은 의사 기베르가 돌아옵니다. 그가 사랑하는 아내 에레느는 한 발 늦게 돌아올 예정인데 그는 아내를 위해 청소를 하고 가재 도구를 정리하면서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오슬곤의 독일군 잠수함 기지에서 한 척의 잠수함이 남미를 향해 출항합니다. 이 배에는 수병들 이외에 폰 하우저 장군, 이탈리아의 실업가 가로지와 그의 아내 힐데(사실은 하우저 장군의 정부), 친위 대장 폴스타와 그의 동성애 상대인 윌리, 신문기자 쿠추리애(독일에 협력한 전범 저널리스트) 그리고 에릭센 박사와 그의 딸 잉그리드(스칸디나비아인) 등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잠수함은 영-불 해협에서 폭뢰를 맞게 되고 그 때 힐데 부인이 부상을 당합니다. 함내에는 의사가 없었고, 그리하여 하우저 장군의 제안으로 프랑스 해안에 보트를 상륙 시켜 로와이앙 거리에서 의사를 하나 유괴해 오기로 합니다.
기베르는 이제부터 아내를 맞이하려고 나가려는 찰나 몰래 상륙한 사람들에게 붙잡힙니다. 잠수함에 끌려 온 기베르는 협박을 당하면서 힐데를 진찰하고 치료합니다. 의사로서 의무를 다했는데도 기베르는 풀려나지 못했고 그대로 감금됩니다. 게다가 폴스타는 기베르를 처치해 버리고자 합니다. 기베르는 죽음의 불안을 느끼고 또 한 사람의 수병 환자를 진찰해 일부러 디프테리아라고 거짓말을 하여 연명책을 강구합니다. 즉, 전염병이 발생했다면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치 잠수함 속에 갇히게 된 프랑스 의사가 어떻게 죽음의 운명과 싸우면서 목숨을 이어가는가. 그것이 <저주 받은 사람들>의 테마입니다.

위에서 말한 부분은 이 작품의 이른바 도입부이고, 기승전결로 말하자면 기(起)와 승(承)의 (1)번 쯤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 이미 훌륭한 서스펜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저주 받은 사람들>의 서스펜스(Suspense) 분석

우선 등장인물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베르프랑스인 의사
에네느기베르의 아내
폰하우저 장군독일군
가로지이탈리아 실업가
힐데가로지의 아내(하우저 장군의 정부)
폴스타친위 대장
윌리폴스타의 동성애 애인
쿠추리에신문기자(친 독일파 전범 저널리스트)
그 외에릭센 박사, 그의 딸 잉그리드. 수병 등
1. 르와이앙에서 이제부터 아내를 맞아 겨우 몇 년 만에 행복하게 되려고 하는 기베르, 이 상황이 먼저 첫 번째 서스펜스이다.

2. 한편 잠수함 속에는 실업가 라로지와 힐데 부부에게 하우저 장군이라고 하는 삼각 관계가 이른바 밀실이라고 할 상황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준다. 두 번째 서스펜스이다.

3. 폴스타 친위대장이라는 최고 권력자와 일견, 이상 성격자로 생각되는 청년 윌리와의 동성애 관계도 심상치 않은 파란을 내포하고 있으니 세 번째 서스펜스이다.

4. 이런 상황에서 힐데 부인의 부상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무엇보다 의사가 필요하다. 이것이 네 번째 서스펜스이다.

5. 여기서 기베르가 유괴된다. 갑자기 생각지도 않던 독일군 손에 유괴된 기베르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이 지점은 본 편의 첫 번째 클라이맥스이고, 여기서 결정적인 서스펜스 5번째가 연관된다.

6. 폴스타를 기베르를 처치하자고 제안하는데 이것이 여섯 번째 서스펜스이다.

7. 불안을 느낀 기베르는 수병을 디프테리아 환자로 꾸며 겨우 한시적인 연명책을 강구하지만 언제 들킬지 모른다. 이 지점이 일곱 번째 서스펜스이다.

이 작품처럼 관객의 바람과는 역방향으로 극적 국면을 끌고 감으로써 서스펜스는 더더욱 상승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이 필연성의 리얼리티가 서스펜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가의 기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