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드라마 작법2] 발상의 5단계

발상이라는 것은 어떠한 이미지, 덩어리, 움직임을 그려내는 것을 말합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해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발상을 정말 끊임 없이 해 내야 합니다. 드라마 작법에 있어서 발상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요, 오늘은 이러한 발상의 단계를 5 단계에 걸쳐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작품의 매력 요소와 ‘승’ 단계에서 투입하면 좋은 요소, 그리고 대사에 대해서도 알아 보겠습니다. 발상이라는 작업이 생활 속에서 언제든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도록 늘 녹음,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1단계 : Motive

착상, 동기 단계입니다. 모든 것의 시작 지점이 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풀어 나가면 좋을 거 같은데, 어때?” 같은 생각의 시작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신라 시대 수로 부인이 조선 시대의 심청이와 몸이 바뀐다면 어떨 것 같아?”와 같은 생각이 되겠습니다.

2단계 : 테마

테마는 작가가 이 이야기로 하고 싶은 그 무엇이며 눈높이입니다. 무겁고 철학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도 아니며 어려운 것도 아니어야 합니다. 쉬운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테마가 너무 거창하고 무겁게 잡히면 이야기가 테마에 깔려서 진행이 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소설 <돈 꽃>은 작가의 쉬운 글입니다. 작품 속에서 작가가 테마를 외쳐서도 안 되고, 등장인물이 대사로 테마를 외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전달 해야 할까요? 콩이 메주가 되고 메주가 간장이 되듯이 테마는 작품 속에 녹아서, 발효되어 있어야 합니다. 재미있게 작품을 웃고 즐기다 보니 그 안에 씨앗(감동)을 발견 하게 되는 식이 되어야 합니다.

3단계 : 소재 조사 방법

우선 문헌 자료가 있겠고 밀착 취재도 있겠습니다. 되도록 많은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좋은데요, 테마를 위한 이야기 덩어리를 되도록 많이 모아야 합니다. 물론 기준은 테마로 두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버리는 과정이 어려워집니다. Hunting이라고 부르는 현장 조사도 소재 조사 방법의 하나가 되겠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을 탄생 시키기 위해 궁중 음식과 여염집의 음식, 그리고 의술, 의녀, 조선 시대 궁실 등에 대한 얼마나 많은 소재와 자료를 조사했을지 상상해 보면 참 경이롭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고증을 잘못 하게 되면 ‘드라마 속 인물이 입은 복장이 중국식이다, 우리의 것이 아니다.’와 같은 비판 여론에 휩쓸리게 됩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단방향으로 수용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4단계 : 육화(肉化) 시키기

테마 속에서 갈등과 그 갈등의 발전, 그리고 거기에 녹아든 재미. 작품의 재미 있음은 작품의 성패를 좌우 합니다. 쉰 밥이 아닌 신선하고 따뜻한 밥, 새로움과 독창성을 찾아야 합니다. 이제 뻔한 드라마 공식은 오히려 개그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 버렸고, 오히려 웹툰이라는 새로운 라인이 드라마와 이어졌습니다. 웹툰은 새로움과 독창성의 전쟁터입니다.

5단계 : 구성하기(Plot)

이 단계는 작가의 재량이 들어가 작품의 우월성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기, 승, 전, 결의 4단계로 나누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세에 대해서도 다뤄 보겠습니다.

  • 기 : 시대, 인물 간의 관계, 사건, 장소 등이 알려지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알 수 없는 작품, 이해가 잘 안 되는 작품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안티 체제에서의 출발을 자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과 우정은 고귀하다는 보편적인 도덕관의 안티로써 “우정과 사랑은 개나 줘 버려라.”로 출발하여 일반적인 논리나 진실을 뒤집어서 시작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하고 흡인력을 증가 시키는 것입니다.
  • 승 : 전체의 80~90%를 점유하는 부분입니다. 드라마가 실패, 좌절, 희망, 갈등, 분노 등이 뒤엉켜서 발전하는 단계입니다. 이 부분이 잘못되면 “이 드라마 재미 없다.”가 되어버립니다. 육화(肉化)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 전 : 테마를 발견하게 만들고 작가의 의도가 전달되는 단계입니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작가의 웅변이 되어버리면 감동이 없는 작품이 되어 버립니다.
  • 결 : 급속히 끝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여운을 줘야 합니다. 여기서 질질 끌고 분량만 챙겨가게 되면 나쁜 작품이 됩니다.
작품의 기승전결을 그린 꺽은선 그래프입니다. 긴장의 분포도와 폭발점, 시청자 여운의 영역 등을 표시하였습니다.

매력 요소 및 ‘승’단계의 투입요소, 대사

작가는 시청자들이 작품에 관하여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시도를 해야 합니다. 매력을 크게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물에 대한 매력 분포입니다. 인물의 등장과 퇴장에 대한 시차를 조절함으로써 시청자들은 매력을 느낍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간 중간에 나와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인 재벌 3세 유덕화와 그를 늘 골려 먹는 김비서를 예로 들어 봅시다. 시청자들은 ‘유덕화랑 김비서 나와서 웃겨 줄 때가 됐는데~~’하고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 그 두 명의 등장 타이밍을 한 박자 늦게 한다든가 해서 작가는 타이밍을 조절해 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사잇길로 빠졌다가 돌아오는 타이밍도 적절히 잘 조절해야 합니다. 둘째, 의문(궁금증)을 통한 매력입니다. 드라마 <무빙>에서 북한 측 능력자 중에서 빛을 싫어하여 차량 트렁크에서 지시를 기다리는 림재석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트렁크에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는 끊임 없이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셋째, 행동에 대한 매력입니다. 대사나 장면을 통해 캐릭터의 매력을 계속 해서 시청자들에게 각인 시켜 주어야 합니다.

사건을 투입하되 같은 사건을 투입하지 말며, 사정을 투입하여 훨씬 강한 호소력을 마련합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라는 영상 매체만이 가진 영상 무기, 예를 들어 복선이나 몽타주 같은 것을 활용합니다. ‘기승전결’ 중에서 ‘승’ 단계를 튼튼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입니다.

영화 <망향>은 최고의 라스티씬으로 선정됐던 영화입니다. 시청자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것은 최고의 작가가 가지는 능력입니다. 좋은 대사란 무엇일까요? 누구한테나 맞는, 기성복 같은 대사는 좋은 대사가 아닙니다. 그 시점, 그 상황에서, 그 캐릭터가 아니면 맞지 않는 대사, 즉 맞춤복 같은 대사가 좋은 대사입니다. 짧고도 확실한 대사로 “나 너 좋아 하냐?”가 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혹은 도깨비에서 나오는 공유의 중세 시대 말투도 그 예가 되겠네요. 장면설정과 등장인물이라는 것은 필연과 필요에 의해 등장하고 성격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그것이 가능합니다. 인물과 장면을 동일한 무게와 동일한 중요도로 봐야 합니다. 인물이 등장했으면 그 역할을 다 마쳐야만 퇴장하거나 다른 장면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